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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내 그림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람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림 속의 다양한 피사체들은 구체적인 대상 그 자체는 아니다. 그보다는 보는 이에게서 공감과 이야기를 끌어내는 일종의 마중물 기능을 하는 것들이다.

 내 그림을 보는 이들이 매 순간 다른 교집합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거리감에서 벗어나 누구나 공감의 교합점을 찾을 수 있는 소재의 중요성을 생각해왔기에 내 그림 속 묘사 대상의 피사체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적 리얼리티가 도드라져 보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그 대상이 주는 사실성으로 인한 ‘연상의 구체성’을 촉발하는데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주제와 부주제 간의 조용한 대립은 각 피사체들을 단독자로서 존재하게 한다.

 보고 있으나 마주하지 않으며 낯선 시점의 공간 안에 둠으로써 엇갈린 대화와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어 이는 관람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교합점을 찾도록 도우며, 이로써 현실 세계의 재현인 도식적 의미가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는 나만의 시선으로 기능토록 한다.

 페르난두 페소아가 [불안의 서]에서 쓴 ‘보르도를 꿈꾸는 것이 보르도 기차역에서 내리는 것보다 더 나을 뿐 아니라 더 진실에 가깝다’라는 문장에서처럼 은유의 그림이 오히려 더 깊은 곳에 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작업은 현대인들의 관계 지향적인 듯하나 동시에 고립 지향적인 성향들이 부딪치는 부조리와 모순을 바라본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 작업을 보는 이들도 자기 자신으로 혹은 타인의 관계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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