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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예술은 세계를 창조한다. 화면은 나의 창세기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화면은 태초의 세계다. 그 세계 앞에서 붓을 든 화가는 조물주와도 같다. 그곳에 나무와 새를 그리면 자연이 창조되고, 사람을 그리면 인간의 역사가 생성되며, 해와 달과 별을 그리면 우주가 창조된다.
조물주가 되면 고뇌 또한 많아진다. 새를 한 마리 그릴까, 두 마리 그릴까? 산을 겹쳐 그릴까 아니면 펼쳐 그릴까? 해를 그릴까, 달을 그릴까? 나무를 하나 그릴까, 여러 개를 그려 아예 숲을 만들어 버릴까?
고뇌의 응결체가 물감으로 풀려나와 작품은 완성된다.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다. 회화는 말 없는 시며,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이미지로 말하는 소리 없는 시, 언제나 지향하는 나의 그림 세계다. 하느님이 창조한 세계의 기록이 성경 속 창세기라면 그림은 내가 창조한 세계의 기록 즉 나의 창세기다.
나는 아무도 가지 않는 은지화면 속에 나만의 세상과 나만의 창세기를 만드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그 길은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도전과 노력을 통해 신비로운 길을 개척하는 아마존 숲속에서 삶의 터전을 찾아 성공한 개척자처럼 나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목적지에 다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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