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나는 책 위에 올려진 사물(이미지)을 바닥의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과 함께 그려내 실재와 가상의 현실 세계를 보여주는 색다른 극사실 회화를 그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싱그러움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자연물과 묵묵히 인간의 심성을 숙성시키는 책 등의 소재를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닫고자 한다.
화려하지만 변할 수밖에 없는 자연물, 언제나 변함없이 인간을 숙성시키는 지혜가 담긴 책 등의 소재들은 나의 눈을 통해 그리고 거울을 통해 반복적으로 그 환영이 전해지고 영혼이 담긴 붓질을 통해 작품의 명제이기도 한 "명경지수"(明鏡止水), 즉 인간의 맑은 심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정신적 피폐함과 일상의 위태로운 상황을 정화시키고 맑음을 추구하는 투명한 거울위에, 다산과 부귀 등 길상적 의미를 지닌 사물을 통해 밝고 아름다운 인간 내면의 성숙함을 표현하고자 한다.
본인의 작품 명제‘명경지수’는 맑고 깨끗한 마음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마음으로 보고 마음에 비추어진 상을 거울의 은유와 연결시킨 것이다.
<명경지수> 연작은 극사실 회화로 조형적 형식의 문제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마음 상태를 비추는 그림이다. 마음으로 보고 거기에 비춰진 상을 지각함으로써 마음의 상태를 깨닫는 그림이다. 본인의 작품은 무엇보다 감각의 움직임을 중시한 경우이며, 감각을 통해 직관에 이르게 하는 지각의 형상회화이다. 그러므로 <명경지수>의 명료한 극사실 화면은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에 다름 아니다. 주관적 감정의 찌꺼기가 먼지처럼 부유하지 않는 명징한 거울인 셈이다.
본인은 선행 극사실 회화 작가들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실재 장면의 감각을 위해 시 초점이 맞추어진 부분과 바깥 부분들에 대한 명확도에서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미세한 차이를 두기도 한다. 아울러 화면 중앙에 놓인 사물의 소재 뿐 아니라 그 주변 배경 공간도 함께 표현한다. 이렇게 사물과 배경 공간이 함께 그려져서 동시에 지각되면, 관객은 화면 안에서 사물만을 주시하지 않고, 사물과 배경 공간, 두 요소를 일시에 지각하게 되고 두 요소의 관계를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 안에 있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객관의 대상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니라 보는‘나’와 나를 둘러싼 공간을 하나의 유기적인 세계로 바라보는 시선이 된다.
본인이 작품에서 주력하는 것을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 극사실의 묘사로 감정의 흔들림 없는 극명한 리얼리티를 제시하는 일, 둘째 그러면서도 실제 대상에 함몰되지 않은 채 실제를 총체적으로 감지하고 파악하는 일, 셋째 지각의 주체인 자기 자신을 마음(心)의 주체로 바꾸어 마음의 상태를 그리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본인에게 중요한 궁극의 과제는 역시 리얼리티의 회복이 아니라‘반응하고 감응하며 동(動)하는 마음’‘고요하여 움직이지 않다가 느껴서 마침내 통하는’그 맑고 고요한 본 면목대로 표현해내는 일이다.
이러한 차별점으로 본인만의 회화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으며, 자기성찰(自己省察)을 위한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에게도 자기성찰의 가능성을 찾게 되길 기대한다.
글 / 정 창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