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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바위를 선호하는 「산(山)의 작가」라고나 할까.

최병식(경희대 교수)

그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산의 자연정기(自然精氣)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수묵을 통해 궁구하려는 화도(畵道)를 추구한다. 마치 삶의 긴 등성이를 오르내리듯이 어떠한 극단적 비약이나 상황설정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평담(平淡)한 무욕(無欲)의 서정이라고나 할까.

예로부터 화론에서도 인자(仁者)와 지자(智者)의 즐거움으로서 「산수이형미도(山水以形 媚道)」라고 했다.

이는 곧 산수는 형상으로서 도를 아름답게 한다는 뜻으로서 대자연의 정수를 표현하는 극치가 산수라는 말로서도 해석된다. 명멸하는 서구 현대사조가 무비판적으로 유행되고 있는 요즈음 김석기의 묵묵한 산행(山行)과 이형미도(以形媚道)를 향한 운필의 묵향(墨香)에는 자연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동양회화의 전통적 숨결이 있다.

다만 그의 이러한 진산수(眞山水)를 향한 현대적 재해석의 과제들이 어떻게 변신해 갈 수 있는지 예술이 「시대의 아들」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면 더군다나 전통의 현대적 해석은 이형미도(以形媚道)의 참뜻을 더욱 폭넓게 이해해야만 되는 숙제를 안게 된다.

그것이 곧 겸제 정선이 추구하려 했던 참다운 진경산수(眞景山水)의 경지일 것이다. 김석기의 진산수(眞山水)가 겸제가 추구하려던 산수의 경지에 이르는 인고의 결실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병식 평론 중에서

 

 

김석기의 작업은 자연에서 기인한다.

 

김보라(미술평론가)

 

그의 작품 속에 담겨있는 과거의 자연은 철학을 말하고 있다. 자연에서 시작된 동양사상이 작가의 사상적 뿌리가 된다. 그는 자연을 기점으로 작가의 몸과 마음의 일치를 시도한다. 지속되는 작업의 시간은 고스란히 명상의 시간으로 이어지며,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 예술적 기반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과거의 자연은 동양사상과 철학적 뿌리를 기반으로 현재를 만들어 가기에 충분하다.

외형적으로 보여 지는 작품의 소재 또한 현재의 자연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위해 쉴 새 없이 산과 마주한다. 자신을 실제로 자연 앞에 놓이게 함으로써 존재감을 인식하여 보다 신실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을 스스로 겪는다. 이렇게 걸러진 소재들은 강인함과 인내를 포함하게 되는 것이며 외형의 재현을 뛰어넘어 응집된 예술의 혼을 깨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에게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변화를 직시하는 미래의 자연이 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깊이 박힌 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새로운 가지를 키우듯, 그의 예술은 항상 진행형이며, 이는 동시에 미래의 변화를 예고하는 전주곡을 의미한다. 그는 매너리즘을 거부하는 작가이고자 항상 시대를 의식한다. 따라서 그의 미래의 자연은 오랜 검증의 시간을 통하여 형성된 결실로 새로운 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연은 작가가 선택한 고유한 영역이며, 동시에 새로운 미학적 시도이기도 하다.

이렇듯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40여년의 시간을 한길로 걸어온 단단하고 높은 한 예술가의 초상을, 필자의 설익은 문체로 담아내는 마음은 송구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가 오랜 세월 작업해온 작품들로 화집을 발간하고 전시회를 통하여 새로운 이정표를 세움으로서 자연에서 찾은 예술의 혼으로 작품이 새롭게 창조되기를 기대하며 용기를 내어 그의 화집에 서문을 연다. 부족하나마 그를 위해 이러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아울러 그에 대한 깊은 존경하는 마음의 표시임을 밝혀 두는 바이다.

 

 

-김보라 평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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